전체 글24 임제선사가 30방(棒) 맞고 깨친 소식 이번에는 임제할로 유명한 중국 당나라 때 선승인 임제선사의 깨침에 대해서 이야기해 봅시다. 한국 불교 조계종의 선(禪) 사상은 임제선사의 법맥을 이은 것입니다. 우리나라의 선불교를 이끌어온 선사들이 대부분 임제선사의 법손이기 때문이죠. 임제스님은 출가(出家)하여 경율(經律)을 익힌 후에 황벽(黃檗)선사 회상(會上)을 찾아가서, 3년 동안 산문(山門)을 나가지 않고 참선정진에 전력(全力)을 다 쏟았으나 깨치지는 못하였습니다. 그러다가 당시 입승을 보던 목주스님의 도움으로 황벽선사께 찾아가 세 번이나 불법의 적적대의(긴요한 뜻)를 물었으나, 황벽선사는 말이 떨어지자마자 주장자(拄杖子)로 삽십방(棒)을 때리기만 할 뿐, 이렇다 할 말 한마디 일러주지 않았습니다. 임제스님이 삐져가지고 다른 데로 가겠다고 하자.. 2025. 2. 3. “병 속의 새” 당나라 때 유명한 선사인 남전(南泉)의 지인 중에 육긍(陸亘)이라는 사람이 있었다. 그는 출가한 몸은 아니었지만 스님들과 담소하기를 좋아하는 선객으로 한때 어사대부까지 지낸 관리 출신 선비였다. 그래서 곧잘 남전의 처소를 찾곤 했는데, 남전 역시 그와 대화하는 것을 싫어하지 않았다. 어느 날 육긍이 남전에게 문제를 하나 냈다. 그들은 가끔 기괴한 문제로 선문답을 주고받던 사이였기에 그다지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육긍 : "스님, 문제를 하나 낼 테니 풀어보시겠습니까?" 남전 : "그러지요.“ 육긍 : "옛날에 어떤 농부가 병 속에 거위 한 마리를 키우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거위는 날이 갈수록 무럭 무럭 자라 어느덧 병 밖으로 나올 수 없을 만큼 몸집이 커지고 말았습니다. .. 2025. 2. 3. 탁자 위의 커피를 도대체 누가 마셨는가? 철수 : 탁자 위에 커피를 마신 다음에, 마음속에서 ‘지금 이 커피를 누가 마신 거지?’ 라는 의문이 갑자기 올라 왔습니다. 법사 : 그런데 그 생각과는 관련없이 이미 커피를 마신 거죠? 커피를 마신 다음에 그런 생각이 올라온 거잖 아요. 그러니까 내가 생각으로 커피를 마신 건 아니네요. 그렇다면 과연 탁자 위의 커피를 누가 마셨을 까요? 철수 : 제가 마셨지요, 누가 또 있겠습니까? 법사 : 그거 생각이죠. 이미 커피를 마시고 난 다음에 일어난 생각이잖아요. 그 생각이 커피를 마신 건 아니예요. 철수 : 몸이 마셨습니다. 법사 : 이것도 다 커피를 마시고 나서 생각한 거죠?. 철수 : 모르겠습니다. 법사 : 모르겠다는 것도 생각이예요. 커피를 마시고 나서 생각한 거죠? 진짜 커피.. 2025. 2. 2. 달마대사의 확연무성(廓然無聖)과 불식(不識) 벽암록 제1칙은 중국 선종의 초조로 추앙받는 달마대사가 인도에서 중국으로 건너와 처음 불심천자라고 불렸던 양(梁) 무제(武帝)를 만나서 나눈 불법 대의에 관한 대화를 다음과 같이 싣고 있다. 양 무제 : 성스러운 궁극적 진리(聖諦第一義)란 어떤 것입니까? 달마대사 : 확 트여서 성스럽다 할 것도 없습니다. (廓然無聖) 양 무제 : 짐(朕)을 마주하고 있는 그대는 누구입니까? 달마대사 : 모르겠습니다. (不識) 양 무제는 분별세계의 대표선수고, 달마대사는 분별을 떠난 법의 세계의 대표선수로서 서로 만난 격이다. 당시 불심천자(佛心天子)라고 불리던 양 무제는 오직 성스러운 진리에 만 관심이 있었던 모양이다. 세속적인 세계를 떠나서 뭔가 성스러운 진리가 따로 있을 것으로 생각하고 달마대사에게 물었던 것이다.. 2025. 2. 2. 구지(俱胝)선사 이야기 : 한 손가락 선(一指禪) 중국 당나라 시대에 구지 선사 이야기입니다당시 구지스님은 오백대중을 거느리는 대강백이었다고 합니다. 어느 날 실제(實際)라 하는 비구니 스님이 찾아왔습니다.실제비구니 스님이 삿갓을 쓰고 지팡이를 든 채로 구지스님을 세 바퀴 돌고는 합장을 하면서, “경전이나 선어록의 말도 필요없고, 태어나서 지금까지 남에게 배우지 않은 스님의 한마디(一句)를 바로 일러 주시면, 이 삿갓을 벗고 예배하겠습니다." 고 하였답니다. 경전이라면 모를 것이 없었던 천하의 대강백이었던 구지스님이었지만, 언어도단(言語道斷)하고 심행처멸(心行處滅)한, 즉 말길이 끊어지고 마음길이 없어진 이 자리(一句)에 대해서는 도무지 입을 열 수가 없었습니다.비구니 스님에게 봉변을 당한 구지스님은 얼마나 분심이 켰던지 산문을 폐쇄하여 오백대중을.. 2025. 2. 2. “바람도 깃발도 아니고, 마음이 움직인다” 육조단경에 나오는 이야기입니다. (혜능이) 광주의 법성사에 이르렀는데, 마침 인종 법사가 열반경을 강의하고 있었습니다. 그때 바람이 불어서 깃발이 움직였는데, 한 스님은 “바람이 움직인다.” 하고, 또 한 스님은 “깃발이 움직인다.”고 하여 논의가 끝이 없었습니다. 제(혜능)가 나서서 말했습니다. “바람이 움직이는 것도 아니고, 깃발이 움직이는 것도 아닙니다. 스님들 마음이 움직입니다.” 바람과 깃발이 먼저일까요? 아니면, 그것을 인식하고 있는 마음이 먼저일까요? 두 스님들은 바람과 깃발이 먼저 실제로 있다고 보고, “바람이 움직이는 것이다.” “깃발이 움직이는 것이다.” 하고 서로 다투고 있는 것입니다. 그러자 혜능이 나서서 말합니다. “바람이 움직이는 것도 아니고, 깃발이 움직이는 것도 아닙니다... 2025. 2. 2. 이전 1 2 3 4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