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당나라 시대에 구지 선사 이야기입니다
당시 구지스님은 오백대중을 거느리는 대강백이었다고 합니다.
어느 날 실제(實際)라 하는 비구니 스님이 찾아왔습니다.
실제비구니 스님이 삿갓을 쓰고 지팡이를 든 채로 구지스님을 세 바퀴 돌고는 합장을 하면서,
“경전이나 선어록의 말도 필요없고, 태어나서 지금까지 남에게 배우지 않은 스님의 한마디(一句)를 바로 일러 주시면, 이 삿갓을 벗고 예배하겠습니다." 고 하였답니다.
경전이라면 모를 것이 없었던 천하의 대강백이었던 구지스님이었지만, 언어도단(言語道斷)하고 심행처멸(心行處滅)한, 즉 말길이 끊어지고 마음길이 없어진 이 자리(一句)에 대해서는 도무지 입을 열 수가 없었습니다.
비구니 스님에게 봉변을 당한 구지스님은 얼마나 분심이 켰던지 산문을 폐쇄하여 오백대중을 다 내보내고, 방문을 걸어잠그고 용맹정진에 들어갔다고 합니다.
그러다가 어느날 실제 비구니 스님의 스승이었던 천룡선사(天龍禪師)가 그곳에 우연히 들리게 되었는데, 구지 스님은 천룡 선사에게 앞에 말한 실제 비구니와의 일화를 들려주고서, 천룡선사에게 간절하게 답을 구했습니다.
그러자 천룡 선사는 구지스님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아무 말없이 손가락 하나를 세울 뿐이었는데, 그 순간 구지스님은 크게 깨달았다고 합니다
그 후 구지스님은 누가 와서 법문을 청하거나 '불법(佛法)의 큰뜻을 묻거나 부처를 묻고 도(道)를 물으면, 아무 말없이 손가락 하나만 척 세울 뿐이었으니, 이때부터 스님 법명이 구지선사라고 불리게 되었답니다.
요즘 유튜브에서 직지선법(直指禪法)을 가리키시는 법사님들도 손가락을 들어보이며, ”진리가 바로 이것입니다.“ 하시는데, 어째서 진리를 말하는데 손가락 하나를 들어 보이는 것일까요?
손가락을 보라는 것일까요? 아니 누가 손가락을 볼 줄 몰라서 법회 때마다 손가락을 들어보일까요?
이 손가락이 과연 무엇을 가리키고 있을까요?
또 이 손가락을 누가 들어올린 걸까요?
또 이 손가락을 누가 보는 걸까요?
과연 이 손가락을 들어올린 자와 이 손가락을 보는 자가 따로 존재하는 걸까요?
이 수수께기를 풀으셨다면, 여러분은 이제 대자유인이 될 것입니다.
누구도 여러분을 구속할 수 없고, 어떤 경계도 여러분을 가둘 수 없을 것입니다.
앞으로 향상일로의 길로만 나아갈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