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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담스님과 덕산스님의 문답

by chulwoo5607 2025. 2. 3.

덕산스님은 노파의 떡을 얻어먹지 못하고, 용담스님이 계신 용담사로 갔습니다. 덕산과 용담, 두 스님은 밤늦게까지 법담을 주고받다가 덕산스님이 자러가기 위해 방을 나와 보니, 바깥이 캄캄해서 용담스님에게 등불을 요청했습니다.

 

용담스님이 등불에 불을 밝혀 건네주었는데, 덕산스님이 받으려 하자 훅 불어서 등불을 꺼버렸다. 등불로 눈앞이 환하게 밝았다가 순식간에 다시 칠흙같이 캄캄해져버렸다. 그 순간 덕산스님은 홀연히 크게 깨치고 절을 하였습니다.

 

과연 덕산스님은 무엇을 깨쳤을까요?

 

우리의 눈앞은 인연과 조건에 따라 환하게 밝기도 하고, 컴컴하게 어둡기도 합니다. 등불에 불을 켜면 밝고, 불을 끄면 어둡습니다. 태양이 떠오르면 밝고, 태양이 지고 밤이 되면 어둡습니다.

 

이와 같이 우리는 등불에 불을 붙여 밝게도 할 수 있고, 불을 꺼버려 어둡게도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보고 있는 이 봄을 내 마음대로 꺼버릴 수 있나요? 한번 꺼보세요.

 

이 마음의 등불은 아무리 허리케인과 같은 태풍이 불어온다고 해도 또는 바닷물 속에 깊이 들어가도 절대 꺼지지 않습니다. 이 등불은 영원히 켜져 항상 밝게 비추고 있는 것입니다.

이 마음의 등불은 태양보다 더 밝은 빛으로도 비출 수가 없고, 또 칠통과 같은 깜깜한 어둠으로도 감출 수가 없습니다.

어떤 거사님은 영화 보러 극장에 갔다가 영화 상영 중에 갑자기 전기가 나가는 바람에 극장 안이 온통 깜깜한 세상이 되었는데, 그때 덕산스님의 깨친 소식을 알게 되었다고 법문하시더라고요. ㅎㅎㅎ

 

좌우간 덕산스님이 30년간이나 연구한 글자로 써 있는 금강경은 아무리 귀해도 어두우면 읽을 수가 없고, 아무런 힘이 없습니다. 그러나 마음이라고 하는 이 경전은 한 글자도 없지만, 항상 영원한 지혜의 큰 광명을 나툽니다.

 

추우면 추운 줄 알고, 더우면 더운 줄 알고, 배고프면 배고픈 줄 알고, 졸리면 졸리는 줄 알고... 참으로 신통방통하지 않습니까? 아무리 쓰고 써도 닳아지지도 않고, 남한테 얻을 수도 없지만, 누가 훔쳐갈 수도 없고, 이런 희한한 보물이 어디에 또 있을까요?

 

덕산스님이 깨친 이 희유한 보물이 무엇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