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현실 세상에는 아직도 깨달음에 대한 환상을 쫒고 있는 사람들이 꽤나 많습니다.
젊은 시절 저 또한 그랬습니다.
꽤나 이름 있는 큰스님들을 찾아다니며, 어떻게 해야 깨달을 수 있습니까? 어떻게 해야 화두가 잘 들릴 수 있습니까? 하고 묻곤 했지요.
주말마다 철야용맹정진 법회에 찾아다니며 뭔가 공부가 되어가는 것같고, 한번 앉으면 하루밤을 가볍게 세우는 것으로 공부의 척도로 삼았더랬습니다. ㅎㅎ
그때는 깨달음을 무슨 대단한 특별한 것으로 생각해서, 남들과 다른 특별한 용맹정진을 통한 특별한 체험을 해야 얻는 것으로 커다란 착각속에 빠져 있었더랬습니다.
그러나 그러한 것들은 진짜 깨달음과는 거리가 멉니다.
왜냐면, 그런 수행들은 지금은 내가 깨닫지 못했지만, 노력하고 수행을 해서 나중에 깨달음을 얻겠다는 이원적 구조에서 시작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미 두 개로 벌어진 철길은 아무리 오랜시간 달려도 절대 만나지 못합니다.
깨달음이란 전혀 특별한 것이 아닙니다.
진짜 깨닫고 보면, 우린 이미 누구나 다 깨달아 있습니다.
경전에 보면, 거울을 보다가 자기 얼굴을 잃어버렸다고 미쳐서 밖으로 찾아다니는 연야달다 이야기가 나오는데, 우리 중생들이 바로 그 꼴인 것입니다.
얼굴이 이미 있기 때문에 얼굴을 찾으려 다니는 것처럼, 우리가 깨달음을 찾는 것도 이미 깨달아 있기 때문에 깨달음을 찾는 것이죠.
그러니까 깨달음이란 지금 여기, 그냥 있는 그대로를 보고 아는 이것이 깨달음입니다.
깨달을려고 일부로 찾아나서서 특별한 체험을 하려고 시도하지마세요.
그냥 저절로 지금 여기에서 현실세상을 목도하고 있는 이 경험 자체가 본래의 깨달음입니다.
이것을 깨닫는다고 해서 무슨 특별나거나 특이한 현상이 나타나는 것이 절대로 아닙니다.
그냥 평상시에 일어난 일, 해왔던 일을 겪는 것이 진짜 깨달음입니다.
그러한 일이 좋은 일이던 나쁜 일이던 상관없이 그것이 그대로 마음의 일임을 인정하고 수용하는 것이 바로 깨달음입니다.
만약에 외로움, 우울, 불안, 초조가 오면, 그것이 바로 깨달음이고, 안 좋은 사건과 사고와 같은 일들이 발생해도 그것 또한 깨달음입니다.
그러나 깨닫지 못한 사람은 그런 것들을 내 일로 보기 때문에 수용하지 못하고, 또 거부하기 때문에 삶이 고통스러운 것입니다.
깨달음이란 뭐 무슨 현실세상에 없는 기막히고 신묘한 체험을 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것은 인위적으로 만들어내어 유위로 조작한 것이며, 설사 그러한 특별한 체험을 했다 하더라도 그것은 사라집니다.
그냥 저절로 인연따라 연기적으로 경험하는 것, 그것이 실재 깨달음입니다. 그러한 일이 좋은 일이던 나쁜 일이던 상관없이 그대로 마음의 일로서 인정하고 수용하는 것이 바로 깨달음입니다.
물론 이것을 깨달았아도 일상생활은 기존처럼 변함없이 이어지겠지만, 깨닫고 견성을 하면, 가장 큰 차이점은 내가 이 현실세상에 없이 무아로 살아간다는 것입니다.
물론 깨달았다고 바로 되는 것은 아니고, 시간이 걸리겠지만, 어쨌든 그런 방향으로 나아갑니다.
우리가 바다에 가보면, 파도 하나가 하나가 있는 것같지만, 실재하나요?
오직 바다 하나뿐이잖아요.
마찬가지로 이 세상에 개체적인 존재들이 무수하게 있는 것같지만, 실제로는 없어요. 오직 하나의 전체적인 생명, 순수의식,,, 뭐라고 이름을 붙이든 간에 그것만 실재합니다.
개체적인 내가 없는데도 게임속의 아바타인 사람으로 행세하며, 이 사람을 도구로 활용하여 보고 듣고 느끼고 알고 생각하고 말하고 행동하고 뭐든지 다하고 살아갑니다.
이것만큼 이 현실에서 기가 막힌 사실이 또 어디 있겠습니까? 한마디로 기적같은 일이지요.
깨닫기 전에는 내가 이 현실에 있어서 뭐든지 내가 자유의지로 한다고 살아왔는데, 이젠 이 세상천지에 내가 없어도 이 사람을 움직일 수 있다는 것이 참으로 경천동지하고 경이로운 일이 아니고 무엇이겠습니까?
이것만큼 우리의 인생에서 우리 삶을 발칵 뒤집어놓을 만한 반전이 과연 또 있을까요?
내가 분명히 있다고 믿고 있었는데 내가 없다고 하니, 무슨 깜짝 쇼인 마술도 아니고 말입니다.
우리의 삶은 그냥 인연에 의한 연기적인 원인과 조건으로 수없이 많은 삼라만상 만물이 상의상관으로 인드라망처럼 연결되어 보여주고 들려주고 느껴주고 알게 해주는 그 자체가 바로 깨달음의 드라마입니다.
지금 여기 눈앞에서 그냥 라이브로 생생하게 보여주고 있잖아요. 깊은 산속에 비밀스럽게 전혀 감춰져 있지 않고, 그 자태를 낱낱이 보여주고 있잖아요.
실제로는 누구나가 다 그렇게 살고 있는데, 이 몸뚱이 때문에 개체적인 내가 있다고 착각하고 있어 온갖 고통을 받는 것뿐입니다.
지금 여기서 이 글을 보고 읽고 느끼고 이해하고 있는 그 상태가 바로 그 자체로 깨달음입니다.
뭐 중뿔나게 차원이 높고 특별한 거 없어요.
그런 거 기대하지 말고, 지금 눈앞을 잘 보세요.